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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작의 미술사 : '위작'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 같이 읽어볼까요?Art/지식 2020. 8. 10. 16:48
안녕하세요 세모아입니다 ㅎㅎ 이번 미술관련서적 리뷰의 주인공은 바로 <위작의 미술사>입니다. 책제목에 '위작'이라는 단어가 들어갔기에 보자마자 시선을 사로잡은 책이었고, 흥미롭게 술술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에요. 책 안에 나왔던 내용들 중 일부를 보여드리면서 저의 생각도 함께 말해보려고 합니다.
작가님의 말씀에 의하면 위작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이미 존재하는 작품을 똑같이 그리는 것이고 두 번째는 위작하려고 하는 예술가의 스타일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다음 그가 그린 것처럼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또한 위작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느낌이 있는데 책을 읽다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고 제가 위작 자체를 좋은 일이라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요!!
자 그럼 책에서 흥미로웠던 몇몇의 이야기들을 공유해볼게요.
로마는 예술적 발전을 위해 그리스의 예술을 모작했고 이건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신 정보일 거예요. 건축이 아닌 다른 예술 작품과 관련해서는 자체적인 발전보다 그리스의 작품들을 따라하는 게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렇기에 그리스와 로마의 작품은 비슷해보이지만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라도 둘의 조각을 구분할 수 있어요.
로마의 조각상에서는 재료와는 관계없이 조각상의 팔이나 다리 등이 지지대 역할을 하는 기둥 등에 기대어있거나 팔과 칼, 펄럭거리는 옷과 같은 것이 지지대로 몸통과 연결되어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요. 저또한 실제로 유럽에 있는 미술관에 갔을 때 그러한 특징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요.
이런 차이가 있는 이유는 그리스의 조각가들이 로마로 대거 이동을 했으나 '중요한 기술'은 로마인들에게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지대가 그리스와 로마의 조각을 구분할 수 있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예요. 나중에는 로마에서도 지지대 없이 조각상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각을 봤는데 지지대가 있다면, 로마 조각상이라는 걸 알 수 있는거죠 :)
다음은 위작 미술계의 거장, 스페니시 포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스페니시 포저는 '스페인에서 온 위작 화가'라는 뜻을 가졌어요. 즉 이름이 알려지지도 않은 화가인거죠. 이러한 가명은 가진 이유는 첫 번째 위작으로 발견된 작품이 15세기 스페인 화가의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스페니시 포저는 19세기 말~20세기에 활동한 사람으로 주로 중세미술작품을 그렸어요. 그의 위작이 전세계의 미술관과 도서관에서 200여 점 이상이 발견됐다고 하니.. 이 분야에서는 엄청난 실력을 가졌다해도 과언이 아닌거죠.
그의 그림이 위작이라는 것이 들통난 건, 중세시대의 그림이라고 하기엔 너무 편안하고 행복해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고 그 당시보다 '더' 잘 그려진 그림이었기에 의심을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중세시대 그림의 특징은 아무래도 경직되고 딱딱한 느낌인데 그의 작품 속에서는 다리를 꼬는 모습이라던가 그렇지 않은 부분들이 발견되었던거죠.
위작으로 들통난 후에도 이 화가가 누구인지조차 모르지만 1978년에는 스페니시 포저의 개인 전시회가 열렸었고 대형 미술관에서도 그의 작품을 수집하고 있어요. 스페니시 포저의 작품이 1,000만원이 넘는 금액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심지어 그의 위작을 위작한 작품들까지 나온다고 해요.
결국 위작 화가도 유명세를 탄다면 단지 따라 그리는 사람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다른 스토리가 전개되는구나 라는 걸 느꼈어요.
프란시스코 데 고야라는 유명한 화가에 대한 위작도 있습니다. 그가 그린 검정 그림 시리즈는 총 14점의 작품이 있고 이 그림들은 집안 벽에 유화 물감으로 그린 것들입니다. 1층에 7점과 2층에 7점이 있었는데 2층 벽화를 누가 그렸냐는 게 논란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고야가 손자인 마리아노에게 유산으로 건물을 물려준 1830년 서류에는 '1층' 건물로 등록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2층은 고야의 사망 이후 증축했다는 것이기에 학계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계속해서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당시의 고야가 정신병이 심한 상태였기에 서류의 기록이 잘못 됐을 수도 있고 고야의 아들인 하비에르가 집값을 더 받기 위해서 증축한 다음 고야 스타일의 그림을 2층에 더 그린 게 아니냐는 추정도 있습니다. 후자가 사실이라면 하비에르나 다른 누군가가 위작을 그린 것일텐데 결국 어떤 결론이 나오게될까 궁금해지는 흥미진진한 내용이었어요.
마지막으로 톰 키팅에 대해 소개해드릴게요. 그는 천재적인 화가였지만 가난한 집안에서 학비가 부족해 중퇴를 했어요. 미술시장에서 그의 작품은 무시받았고요. 그러던 중 그는 제인 켈리라는, 30살 차이가 나는 소녀에게 그림을 가르쳐주면서 연인으로 발전했고 위작화가가 되었는데 (정확한 계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돈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미술계에 대한 복수가 목적으로 보이는 사람입니다.
책에는 없는 내용이지만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니 알게된 내용인데, 작업에 들어가기 전 바탕에 흰색 물감으로 'fugazi', 즉 '가짜' 라는 단어를 적었다고 합니다. 엑스선을 찍어서 확인하면 100퍼센트 알아차릴 수 있는 내용이었으며 위작을 만들 때 그 시기에는 없었던 색을 쓰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위작이라는 것이 밝혀질 수 있는 많은 흔적들을 남겼어요.
톰 키팅과 제인 켈리는 얼마 교제하지 않고서 헤어졌고 제인 켈리의 오빠가 알려준 이야기를 들은 타임즈 기자 제럴딘 노먼이 톰 키팅을 찾아갑니다. 인터뷰를 통해서 그가 100여 명의 화가와 약 2,000여 점의 작품을 위작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됩니다. 엄청난 양의 위작을 한 그...! 1977년에 재판에 오르게 되지만 그는 기소 무효가 되고 오히려 연인이었던 제인 켈리는 작품을 팔았던 전적으로 유죄 판결을 받게 됩니다. 왜 기소 무효가 되었을가요?
담배를 수십 년 피워 건강이 좋지 않았다는, 건강상의 문제도 있을 수 있지만 모작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수많은 증거들을 작품 속에 남겨놓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톰 키팅은 그후 티비 프로그램에서 유명 화가들의 스타일로 그림 그리는 법에 대해 알려주다가 건강 문제로 금방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위작의 미술사>. 우리가 많이 들어본 유명한 예술가가 아닌 '위작'을 했던 수많은 경우들과 유명세까지 타게 된 작가들에 대해서 알려주는 책이에요. 책 속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흥미롭고 재밌었기에 미술사와 관련된 색다른 책을 찾는 분들이라면 <위작의 미술사>,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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