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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내가 만든 세상 : 만연하는 혐오에 대해 생각하다Art/문화생활 2020. 12. 14. 23:43
기간 : 201119-201216
장소 : 블루스퀘어 NEMO
요금 : 무료
안녕하세요 세모아입니다! 다녀온지 벌써 몇 주가 됐지만... 제가 리뷰하는 걸 까먹고 있었던 전시라! 끝나기 전 부랴부랴 리뷰를 올려봅니다 :( 12월 16일까지라 곧 있으면 끝나지만 만약 가능하다면 꼭 가보는 걸 추천하는 전시예요. 요금은 무료인데 미리 예약한 다음 방문하면 됩니다. 저는 전시회가 시작된 직후에 오전 타임으로 예약해서 갔고, 굉장히 여유롭게 볼 수 있었어요.
블루스퀘어 NEMO는 한강진역 바로 앞에 있어요. 출구로 나와 반대편으로 조금 걸어간 다음 왼쪽을 바라보면 끝에 있는 건물이에요. 표지판으로 잘 알려주고 있기에 길 잃을 일이 전혀 없었어요. 바로 앞에 보이는 블루스퀘어 건물로 들어가지만 않으시면 됩니다. 블루스퀘어는 지난번에 뮤지컬을 보러 온 적이 있지만 NEMO는 이번이 첫방문이었는데요. 이런 좋은 전시를 하는 줄은 전혀 몰랐어요. 앞으로도 어떤 전시 하는지 찾아보고 꾸준히 방문할 예정이에요 :)
<너와 내가 만든 세상>이라는 제목만 봤을 땐 오히려 긍정적으로도 보이는 문구지만 사실 이 전시회는 '혐오'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을 서로 적대시켜 분란을 일으키는 혐오와 혐오 표현 양산의 면모에 주목하고자 예술가들의 시각적 해석을 한 자리에 모은 전시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적혀있듯, 혐오는 성별과 나이, 국적, 종교, 성적 지향 등을 포함해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를 향한 공포, 기피, 불쾌함 등을 아우르는 감정입니다. 이러한 혐오의 결과는 다양한데 피해자가 입는 심리적 상처부터 시작해 증오 범죄, 테러, 나아가 집단 학살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혐오에 대해 다양한 작가들이 다룬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전시라 굉장히 다채롭습니다. 어떻게 혐오라는 것이 폭력, 대학살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여러 관점을 보여주지만 해결책을 제공할 수 없습니다. 다만, 외면할 수 없는 문제이기에 공감의 출발점으로 의미를 갖는다고 적혀있습니다. 공감되는 문구였어요. 이 전시회 자체를 통해서 이미 벌어진 혐오의 상황들을 뒤엎거나 지금도 만연하게 일어나는 혐오를 한 순간에 사라지게 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될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전시라고 느꼈어요.
사실 모든 공간들이 다 좋았기에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이 포스팅에서는 특히 남기고 싶은 작품들을 몇몇 공유해보겠습니다.
처음 딱 들어가면 '소문의 벽'이라는 공간이 있어요. 어두컴컴한 방 안, 빨간 점들이 콕콕 있는데 그곳에 가까이 가 눈을 대면 여러 소문들이 적혀있습니다. '소문'이 가진 힘은 단체생활을 했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진실인지 아닌지가 확실하지 않더라도 소문-특히 부정적이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갈 수 있으며 거대한 영향력을 가집니다. 하다못해 우리가 다녔던 학교에서도 그런데 국내에 퍼진 소문, 전세계적으로 퍼진 소문이 만약 누군가를 향한 '혐오'의 성격을 띈다면.... 누군가에겐 무섭고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어요.
이러한 소문은 한 두 명의 사람만이 저지를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확실하지 않은 정보가 계속해서 유통되고, 확인하지 않은 채 빠르게 전달하는 인터넷 속의 '나'와 '네'가 모두 만드는 일이 됩니다.
이건 또다른 '글'로 이루어진 작품이에요. 새까만 선을 가까이에서 보면 사람들의 다양한 말들이 적혀있는데 부정적인 글 투성입니다. '언제까지 참아야하나요', '우리 아이들을 지켜야합니다', '우리는 태생부터가 달라요', '저들을 격리 시켜주세요'와 같은 글은 '우리'와 '너희'를 다른 사람으로 보며 배척하고 혐오하는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이러한 감정과 말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적을 거라고 생각해요. 인간은 완벽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살다보면 자신/내가 포함된 구성원의 이익이 더 중요할 때가 많고, 그것을 위해서 다른 사람/단체를 배척할 수도 있어요. 그 정도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정도였다면 (혐오라는 표현이 쓰이지 않아도 괜찮은, 미미한 정도였다면) 이런 작품이 나오지 않았겠죠..!
이 공간은 새까만 공간 속, 기차가 돌아다니며 물체를 비추는데 실제 가진 물체와는 다른 느낌의 형상들이 벽면에 나타납니다. A라는 실체가 있어도 미디어 등을 통해 우리가 보는 건 B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여겨졌어요. 별 게 아닌 걸 더 과장해서 사람들을 동요하게 만들 수 있고, 큰 문제도 그저 있을 수 있는 것인 양 포장할 수 있는 게 미디어가 가진 힘이 아닐까요. 우리가 얻는 정보들을 통해서 가치관과 행동에 변화가 있을 수 있는만큼.. 이러한 정보를 전달하는 존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도 마냥 수동적이면 문제가 생길 수 있겠죠!)
이런 제 느낌과는 또 별개로.. 작품 자체가 참 좋아서 오랜 시간 앉아있던 기억이 나요. 느릿느릿 움직이는 기차와 휘리릭 변하는 벽면의 이미지들, 마지막엔 빠르게 이동하는 기차까지. 시각적인 이미지와 물체 움직이는 소리가 차분하게 만들었던 공간이에요.
마지막으로 보여드리는 파트는 '달의 어두운 면'입니다.
'이 방에는 우리가 기억하는 대표적인 소수의 사건들만 발췌되어 있지만 역사가 기억하지 않는 수많은 혐오 사건들과 피해자들이 지구 상 곳곳에 모래알 처럼 존재하고 있으며, 그 데이터는 지금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제가 포스팅 처음에도 언급했던 내용이에요. 굵직한 사건들이 있지만 지금도 혐오는 우리 주변에 존재합니다. 즉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며 완벽하게 해결 불가능하더라도 사람들이 바뀔 필요성은 있다는 거죠. 노력이 필요합니다.
여러 개의 화면이 나오고 있고, 그 앞에 있는 헤드셋을 착용하면 인터뷰를 들을 수 있어요. 모두 같은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진 않는데 저는 유대인 학살과 관련된 영상을 잠깐 보고 나왔습니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이면서 끔찍했던 '그 시기'들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는 곳이에요. 과거의 문제를 알고 지금의 현실과 앞으로의 미래는 바꿀 수 있도록 공감의 감정과 변화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드는 곳입니다.
다만 좀 아쉬웠던 건 공간 가운데에 의자가 있던데 헤드셋을 착용하고선 앉을 수도 없을 뿐더러 (줄 길이가 짧아서) 영상글이 잘 보이지 않을 거리입니다. 영상이 정확히 몇 분씩인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좀 다리가 아파서 :(.. 앞에 의자가 있었다면 모든 영상을 편하게 볼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제가 보여드린 작품들 말고도 참 구성이 좋았던 전시회라 최고였어요. 블루스퀘어 NEMO의 다음 전시회도 벌써 기대가 됩니다. 이런 퀄리티의 좋은 전시를 무료로 볼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 그럼 전 또다른 전시 리뷰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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